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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디자인 기록지
[Hous- 회고] 우리의 Hous-를 위한 How is-! 본문
블로그 글을 쓴 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흐른 것 같다. 졸전과 함께 대학교를 졸업하고, 또 바쁘게 생활하다 보니 시간적 · 심적 여유가 부족했던 까닭이겠지. 그럼에도 오랜만에 글을 쓰게 된 이유는 내게 아주 소중한, 소중했던 Hous-를 간단히 정리하기 위함이다.
이 글은 매우 가벼운 마음에 적는 글임을 미리 밝혀 둔다. 그렇기에 오히려 나 자신만을 위한 글이 될 것이다. 내 경험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기능적인 기록이 아닌 감정에 대한 기술일 뿐이다.
Hous-의 첫 시작은 2022년 6월 11일, 그 당시 아주 열심히 활동하고 있던 창업동아리 ‘SOPT’의 기획경선 날이다.
그날을 가볍게 회고하자면, ‘기획자’라는 타이틀을 처음 달고서 다양한 목적을 가진 열정 넘치는 30기 솝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매우 떨리는 발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운영팀을 하고 있었던 터라, 운영팀장 언니나 같은 기획 파트 사람들이 응원을 해주었지만 그때는 기대보다는 두려움과 불안이 더 컸던 것 같다. 같이 기획경선 발표를 하는, 나 이외의 발표자들은 ‘APP JAM’이라는 장기 해커톤 이후에도 실제 출시까지 고려하고 있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그에 반해 나는 실제 출시에는 큰 흥미가 없었다. 내 프로덕트가 돈이 안 되는 프로덕트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이 프로덕트를 기획한 근본적인 이유는 실제로 출시해서 돈을 벌고 더 나아가 흑자를 내고… 이런 게 아닌 단순무식 ‘성장’이었다. 나의 첫 기획물이었기에, 기획자로서 처음 개발자들과 함께 협업하여 성장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래서 기획경선에 도전해 발표를 하지만, 나는 다른 사람들이 내 프로덕트에 크게 관심이 없을 줄 알았다. 큰 기대도 없었고, 진짜 내 아이디어가 당선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내 차례가 되어 준비한 발표를 끝냈을 때, 다른 발표자들에게는 꽤 있었던 질문이 나에게는 한두 개로 끝났던 걸로 기억한다. 실망했다거나 그런 건 아니었다. 기대가 없었으니까.(물론 이후 다른 사람들에게 들어보니, 내가 기획경선 당시 준비해 보여줬던 노션이 경선 참가자들 중 가장 디테일하고 내용이 많았던 탓임을 알고 마냥 웃었다.)
다음 차례 사람이 나오기 전, 사회자분이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냐 물었을 땐 별말 없이 그냥 들어가려다 마이크를 들었다. 잘 기억은 안 나지만, “내 프로덕트는 여러분에게 돈을 벌어줄 수는 없다. 하지만 나와 앱잼을 하면 적어도 확실히 성장은 할 수 있을 것이다. 나와 함께 성장하자.” 뭐, 이런 문장이었던 것 같다.(무슨 자신감이었는지 ㅋㅋ)
내 프로덕트와 관련한 중요한 내용도 아니었고, 그저 릴리즈를 생각하고 있지 않았던 나 자신을 위한 변명의 연장선 같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대본 없이 한 이 말이 가장 진심이지 않았나 싶다. 앱잼, 그 이후로도 꽤 오래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었으니까.
내 아이디어가 경선에서 당선되고 2022년 6월 18일 · 7월 2일, 팀빌딩을 통해 Hous- 팀원들을 만났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참 신기하고 재밌는 조합이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그때 당시에는 장기 해커톤 중 팀원들과 네트워킹하고 낭만을 위해 놀러 다니는 것도 자기 PR의 일종이었다. 하지만 나는 ‘저는 술을 안 마십니다.’라던가, ‘친목을 쌓는 것도 좋지만 그럼에도 협업과 성장이 가장 우선이라 생각합니다. 놀기 위해 앱잼을 참여한 분이라면 죄송하지만 제 팀과는 안 맞을 것 같습니다.’라던가. 이런 식으로 자기 PR을 했으니까.
그때도 지금도, 나에게는 성장을 추구하고 있느냐가 가장 중요했다. 약 2주간 합숙을 하면서 유용할 것 같은 다른 잡다한 정보들은 고려치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크게 흥미가 없었다. 이 사람이 얼마나 성장에 진심인지. 얼마나 내 프로덕트를 공감하고 있는지. 다른 파트를 존중하고 호기심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인지의 여부가 내겐 가장 중요했다.(내 방식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지금의 내가 그 시절로 돌아가더라도 똑같이 행동할 것 같다. 그래도 나는 내 팀이 되게 소규모로 끝날 줄 알았는데, 팀빌딩이 끝날 즈음엔 30기 앱잼에서 가장 많은 팀원을 보유한 팀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래서였을까. 지금 Hous- 팀원들은 각자 다양한 도메인을 가지고 있지만 여전히 모두 성장을 좋아하고 배움에 관심이 많다. 우리는 만나면 가벼운 맥주와 함께 다양한 얘기를 나눈다. 거거한 술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는 매우 소중한 인연들인 셈이다.
팀빌딩이 완성되고, 앱잼이 정식적으로 시작되어 합숙도 하고 일도 하고. 서로 각자만의 장점으로, 다양한 기술들로 하나의 프로덕트를 만들어갔다. 우리는 첫 회의 때부터 열정 넘쳤다. 팀빌딩 바로 다음날이었던 7월 3일, 첫 회의 때부터 될지 안 될지 모르겠다며 기능 하나를 뚝딱 개발해 온 팀원도 있었으니까. 별것 아니라 생각할 수 있지만, 그때의 나는 꽤나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아, 다른 사람도 열심히 하고 있구나. 나처럼 열정적이고 나보다 더 열심히 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깨달았다.
앱잼을 하던 도중 안드 팀원이 속한 뒤풀이 장소가 기획 파트 뒤풀이 장소와 겹쳐, 우연히 팀원과 만났던 공간도 떠오른다. 솔직히 정확한 말까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당시 감정은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내 손을 쥐고 내가 기획한 프로덕트에 대해 말하는 팀원의 얘기. 심장이 마구 뛰었다. 우리의 프로덕트를 얘기하는 그 태도가 너무 좋았다. 이런 기능은 어떤지, 너무 좋은 프로덕트라 생각하고, 자신은 진짜 출시해서 이 앱을 써보고 싶다는 얘기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때에는 어떻게 자신이 아닌, 남이 기획한 프로덕트를 이렇게 진심으로 고민하고 생각할 수 있지? 이런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모습이 앱잼을 하는 중간중간 잔상처럼 기억나 내게 용기를 주었다.
2022년 7월 23일, 장기 해커톤 앱잼이 끝나는, 데모데이 날이었다. 그 전날까지 디자이너와 전시할 포스터를 가지러 가고 스티커 등 굿즈를 만들고, 개발자들과 오류는 없는지 QA를 하고. 데모데이 때 해야 할 발표를 준비하고. 많은 사람 앞에서 발표를 해야 한다는 게 참 부담이었다. 강박적으로 모든 페이지별 대본을 토씨 하나 놓치지 않게 준비하고 마구 외우고 있을 때, 팀원은 경선 때에도 네가 가장 발표를 잘했다며 응원을 해주었다. 그 말을 진심으로 믿지는 않았지만 너무 고마웠다.
데모데이 발표를 마치고, 팀원들과 전체 회고를 진행하며 곧바로 출시 준비를 하게 됐다. 내 계획과는 어긋나는 일이었지만, 나보다 내 프로덕트를 더 좋아하고 아껴주는 팀원들이 있어 마냥 두렵거나 싫지는 않았다.
수많은 회의를 거쳐 새로 Flow를 짜고, 디자인과 개발 사항을 논의하고, 오류를 잡기 위해 QA를 진행했다. 앱 개발뿐 아니라 QA를 진행하면서도 많은 것을 배웠다. 강남 스터디 카페에서 만나 막바지 출시 준비를 하고, 2022년 12월 28일에 Hous-가 출시되었다.
한 번 릴리즈 한 이후에도, 우리는 몇 번 더 앱의 UX/UI를 수정해 릴리즈하기도 했다. 그 당시 Hous-는 완전히 Side Project로 자리 잡아, 월에도 몇 번 보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조금씩 나아갔고 서버를 닫기로 했던 날짜의 몇 개월 전까지도 앱을 개선해 300명 이상의 회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제는 팀원 모두가 졸업을 하고, 취업 준비나 직장 혹은 다른 공부에 매진할 때가 되어(서버비 이슈도 포함하여) Hous-는 2024년 7월 7일 날짜를 끝으로 서버를 닫게 되었지만 나는 이 종료가 크게 아쉽지는 않다. 물론 아예 아쉽지 않은 건 아니지만, 내가 목적했던 Hous-는 이미 충분히 그 역할을 다 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게 팀원 모두를 만나게 했고, 개개인이 바라보는 하나의 목표가 되어 더욱 몰입하게 만들었으니까.
나의 첫 기획인 Hous-, 그 프로덕트를 같이 진행한 팀원들에게서는 무척 많은 것들을 배웠다. 협업하는 방법, 많이 부족했지만 리더로서 행동하는 법. 각자가 일하는 스타일 같은 것들 말이다.
알게 된 지 얼마 안 되어 첫 일대일을 할 때엔 어색할까 걱정도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당시 숙소였던 홍대 근처 거리를 계속 걸었는데도 크게 힘들지 않았다. 나는 평소 걷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도 그랬다. 장장 15시간 이상의 일대일이 3일에 걸쳐 다 끝났을 때에는 되려 아쉽기도 했다. 더 빨리 일대일을 시작해 한 번이라도 더 얘기를 나눠볼걸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릴리즈를 하게 되면서 팀원들과 대화할 시간이 자연스럽게 많아졌다.
디자인 팀원은 긍정적이고 밝은 에너지를 뿜는 사람이다. 뭐랄까, 그 옆에 있으면 광역 버프를 받아 체력이 올라가는 느낌? 안드 팀원들은 유쾌하고 재밌다. 나는 재미있는 인간이 아닌데, 안드 팀원들과 대화하면 계속 웃게 된다. 아요 팀원들은 포근하고 다정한 느낌이다. 소복소복 눈이나 양털 같다. 서버 팀원들은 선배 같은 느낌. 내가 리더임에도 걱정이 전혀 안 되고 오히려 의지하고 싶을 때도 있다.
이들과 협업을 하면서, 나는 항상 나를 의심하고 긴장했다. Side Project로 Hous-를 이어가면서, 시간이 흘러 자연스럽게 잊히는 결론들이 다시 논의대에 오르면 그것을 정리하고 지난 논의를 되짚는 것이 기획자의 책임이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팀원 모두가 잊어도 나는 잊으면 안 된다. 그게 내 일이니까. 이슈가 발생하거나 정기 회의를 할 때에도 긴장을 놓지 못했다. 불편했다는 소리가 아니다. 나는 적당한 긴장감이 더 좋은 효율성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니까. 다만 프로덕트가 진행되며 놓치는 부분은 높은 확률로 나의 책임이고, 내가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게 정답이기도 하고. 힘들었으나 즐거웠다.
팀원들은 항상 내가 최고의 리더라고 말을 해주곤 한다.(이 말을 들으면 매번 감동을 받는다.) Hous-를 통해 성장을 많이 했다고 말해준다. 내게 있어서도 이들은 내 인생에서 다시없을 가장 이상향적인 팀원들이다. 기획도 처음, 이렇게 많은 인원을 이끌어본 것도 처음, 실제 앱 출시도 처음. 많은 것들이 처음이었던 플젝에서 내가 완벽했으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다만 조금이나마 팀원들이 의지할 수 있는 리더라고 생각해 주었길 바랄 뿐이다.
우스운 표현이지만, 나는 Hous- 팀원들이 내 나이를 올려주는 것 같다. 혼자인 나는 만 스물셋 애인데, 나를 의지해 주는 11명의 팀원들이 있으면 마치 서른넷의 어른이 된 것만 같다. 도전에 주춤하고 고민하던 것도, 다 자란 어른처럼 시도해 보고 부딪쳐볼 수 있었다. 감사하다는 말을 표현할 기회가 많지 않았던 것 같은데, 이 기회에 감사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남기고 싶다.
cf) Hous-가 호미들의 인생에 있어 좋은 영향을 미쳤길.